이력
-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느티나무 들녘으로 나가는 아침 느티나무 서 있다 빗살로 내려앉는 느긋한 햇살이 한결같은 바람을 모으고 아주 가끔 마을버스가 몰아오는 생선 비린내며 웃음 한가득 뻥튀기 과자 한 봉지 막걸리 트림으로 읍내 오일장 토해내는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 느티나무 서 있다 나무 이파리만큼 정성에 치성을 드린 너도 꼭 너 같은 놈 키워보라던 지 잘난 맛에 세상 박차고 나온 줄 아는 못난 아들놈 제주 한 병 차고 오는 길 짱짱한 햇살 나이테만큼 헐거워지는데 아들이 새끼를 몰고 오는 오후가 있어 히죽거려도 헤프지 않는 느티나무 서 있다 향 사르자
아버지의 밥상 내 새끼 곱기로는 명주보다 까르르까르르 모시보다 사락거리는 볼우물 속살웃음 들어보라던 솜털거웃 자라 초록들판 새벽이슬 몰고 오는 발길만큼 톡톡 씨방 여무는 야무진 황금들녘 귀 기울이라던 배고프지 않을 거라고 헤벌레 소나기 한바탕 미꾸라지 우렁이 토악질 순한 흙냄새 맡아보라던 구수한 우리네 밥내라고 모판부터 조곤조곤 밥상 차리시던 아버지 이마에 번지는 착한 노동의 노을 그려보라던 밤새 별빛 가득 흰쌀밥 찰랑찰랑 무논 머슴밥이며 짱짱 뙤약볕 고봉밥 수런수런 밥 짓는 마을 보라던 밥이 익어 식구들 두런두런 실개천 도랑 지나
막걸리 한 통 2 막걸리 한 통 찔찔 땀 흘리고 있네요. 요 앞 가게에서 식탁까지 두어 발 되지도 않는 지척 제 발로 온 것도 아닌 얼마나 왔다고 어찌 부대끼며 왔다고 황혼도 감춘 식탁 맹물로 울고 있네요. 혼자서요. 운명인가요? 이리 갈라놓는 것이 막걸리 한 통 비우고 있네요. 날이 접히는 늦은 밤 혼자서요. 미안해요. 손잡아 주지 못해서 거푸 빈잔 채우지만 사죄와 용서가 만날 수 없는 엄마 없는 세상 어찌할 바 없이 여적 한 통도 거두지 못하네요. 밤길 잘 찾으셨어요? 어둡지는 않으신가요? 엄마.